기술과 경제학의 의미(지식기술 중심)

경제학은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수학적으로 2개의 함수 문제에 불과하다. 수요함수로서 개별 상품이든 국민경제의 단일복합상품, GDP이든 상품 수요량은 가격(P), 소득(Y) 등의 함수이다 : YD = F(P, Y). 공급함수로서 상품 공급량은 노동(L)과 자본(K)의 함수이다 : YS = F(L, K)

지식기술은 이중 공급함수와 유관하며, 기업가(entrepreneur)가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을 여하히 조직하여 어떠한 상품을 얼마만큼 공급할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지식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상품이나 생산방법을 창조하는 일, 슘페터는 이를 가리켜 이른바 기업가의 ‘혁신’(innovation)이라 일컫는다.

결국 혁신(지식기술)이 미시경제, 거시경제, 그리고 개방경제 측면에서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들어가며 : 주류 경제학사, 지식기술 관점을 결여

경제학의 역사는 철학이나 자연과학은 물론 여타 사회과학에 비하여 매우 일천하다. 이백 오십년 미만의 짧은 역사임에도 시기별로 시장의 수요공급과정중 강조되는 부분을 유난히 달리한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 하면 ‘보이지 않는 손’, 시장의 가격조정기능을 연상하고 칼 맑스(Karl Marx) 하면 ‘착취’, 노동의 잉여가치설이 생각난다. 케인즈(Keynes) 하면 거시경제학의 중심 개념인 ‘총수요’가, 통화주의나 합리적 기대론 하면 ‘시장균형’, 자원의 합리적 배분이 연상된다. 마지막으로 슘페터(Schumpeter) 하면 ‘혁신’, 지식기술의 역동성을 떠올리게 된다.

고전파(classical) 경제학 시절 지식기술은 주된 논의대상이 아니었고 오늘날의 거시경제학도 존재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즉 시장이 중심 화두였고 이를 둘러싼 가격(price) 및 가치(value) 논쟁이 치열하였다. 이 시기 맑스 경제학은 단연 압권으로 고전파 경제학의 적자 노릇을 한다. 과학의 이름으로 ‘노동가치설’이란 가치 명제와 ‘이윤율 저하법칙’이란 정치경제 명제를 내걸면서 시장균형의 필연적인 결과로 자본주의의 소멸을 예언한다.

만약 지식기술 진보에 의한 ‘생산력’의 불가측한 증대가 없었다면, 설혹 생산력의 엄청난 증대가 있었어도 이에 따른 공황 등의 문제에 케인즈적 총수요 처방으로 적절히 대처할 수 없었다면 맑스 경제학, 오늘날에도 화려한 모습으로 생존하여 부동의 지위를 유지하였을 것이다. (거시경제학의 또 다른 이름, 케인즈 경제학은 설명을 생략한다.)

고전파 경제학의 서자이면서도 마침내 상속자로 자리 잡는 근대경제학, 자본주의 소멸논쟁 등 무익한 거대담론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고 경제주체의 극대화 행위에 기초한 ‘가격기구’의 합리적 자원배분기능에 집중하면서 주류경제학으로 부상한다.

미시경제학 영역을 독차지한 것은 물론 이른바 ‘거시경제학의 미시경제적 기초’(microeconomic foundation of macroeconomics)를 화두로 내걸고 70년대 후반 및 80년대 전반 전통적인 거시경제학조차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듯 맹렬한 기세를 보였다. 유행에 뒤늦어서인가, 최근 사용되는 우리나라의 일부 경제학원론 교재는 아예 케인즈 경제학을 송두리째 빼버리기도 한다.

오늘의 주류경제학은 여전히 지식기술(혁신) 문제를 등한시한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상호작용하여 ‘균형’(equilibrium)에 도달하는 결과 유한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시카고학파의 통화주의 원조 격인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no free lunch)고 하면서 시장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소득불균형 등 빈부문제를 시장이 내리는 ‘신상필벌’로 이해한다. 시장경제에서 정의는 항상 승자의 편이다. 더욱 강경한 ‘합리적 기대론’은 정부는 재정이건 통화건 쓸데없는 정책을 취할 생각 말고 ‘꼼짝마라’(Freeze!)고 하는 이른바 ‘정책무력성’(policy ineffectiveness) 가설을 제시한다.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일찍이 슘페터는 지식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생산물이나 생산방식을 창조하는 일, 즉 기업가의 혁신(innovation)이 시장에 역동성을 끊임없이 불어넣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전혀 새로운 지식기술이건 아니면 종전 지식기술의 단순한 모방이나 개량에 의해서이건 이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도입되고 기존 가격체계는 무너지게 된다. 이른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시장의 기존 균형상태가 끊임없이 파괴되는 과정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