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노동분업의 의미

성별 노동분업은 17세기로부터 시작한 서구의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가정과 일터의 분리로 公․私 영역이 첨예하게 분절되면서 더욱 부각되었다. 가내수공업 생산 단계에서 여성은 생산자였으나, 공장제 기계 생산으로 대체되면서 생산자는 남성, 소비자는 여성이 되면서 여성은 가사노동 종사자로 국한되면서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의 담당자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다음과 같이 남성과 여성에 대한 가치 서열화를 촉진하였다.

급진주의자들은 사적 영역의 여성문제를 아내구타, 아내강간, 가사결정권 섹슈얼리티에 국한하였고,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하여는 전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급진주의자들은 생물학적 가족을 해체되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하였기 때문에 아마도 가사노동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사적 노동으로 평가 절하된 가사노동, 국가가 아닌 개별 가족에게 봉사하는 주부의 가사노동은 국가․ 정의와 같은 거대 담론에만 몰입하는 맑스주의자 들에게도 외면 당하였다. 마찬가지로 자유주의자들 역시 공적인 영역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남성과 동등한 기회로 공적 영역에 진입할 것만 요구하였다.

맑스주의의 분파인 사회주의자들은 사적 영역과 가사노동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이들은 여성 억압을 자본주의 체제와 가부장제로 설명하는 이중체계 이론(dual-system theory)을 발전시켰다. 이 이론은 여성을 주부와 임금노동자라는 두 가지 입장에서 이중의 억압을 체험하는 존재로 파악한다. 여성은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서 작동하는 가부장제에 의해서 주부로서 남편에게 가사노동을 착취당하며, 노동시장에서는 임금노동자로서 자본주의 체제에 억압 당한다. 사실 제2기 여성해방운동이 출발한 이후에 많은 여성들이 공적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일차적으로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가정에서 행하는 가사노동과 흡사한 분야에 집중되었고, 임금 격차도 상당한 폭으로 벌어졌다. 이러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여성들이 가사노동 담당자라는 때문이며, 다른 한편 가사노동 담당자이기에 이류 노동예비군으로서 경기 후퇴 시에 재빨리 여성들을 가정으로 복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사노동을 무가치한 일로, 혹은 무보수로 등급화 하는 한 아무리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저임금에 시달리게 된다. 가사노동의 가치화가 선행되어야만 공․사 영역의 가치도 균등해 질 것이다. 가사노동을 무가치한 일로 방치해 둔다면, 어떤 남성이 가사노동을 즐겨 선택하겠는가. 공․사 영역의 가치 균등은 남성이 가사를, 여성이 임금노동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도 있으며, 두 사람이 함께 임금노동에 종사하고, 함께 가사노동을 분담 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선택은 부부가 서로 의논해서 민주적 결정에 맡기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사회는 여성의 가사노동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비근한 예가 이혼 할 때에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의 공헌을 인정하여서 전 재산의 50% 이내로 아내의 재산분할청구권이 법적으로 인정된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북구의 여성들에게 비하면 아직 전업주부의 법적인 지위는 개선될 여지가 많다. 북구의 여성들처럼 가사노동에만 종사하였던 전업주부에게도 국가가 연금을 지급하듯이 주부가 연금제도의 수혜자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은 새공동체주의 미래 사회에서 실현될 것이다.

전통사회 내외법은 성별노동분업의 단초를 제공한 점에서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정통 유림이라도 내외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내외법은 이미 해체된지 오래이며, 그 잔재조차 찾을 길이 없다. 내외법 대신 새 공동체 사회에서는 공․사 영역에서 균등한 가치가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간단한 도표로 제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