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에서 중산층이 주도한다는 의미

여성운동에서 중산층이 주도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80년대 한국사회에서는 사회구성체 논의와 계급논쟁이 계간지를 중심으로 사회과학자와 경제학자 사이에서 활발하게 펼쳐졌다. 그럼에도 중산층의 실체를 포착하기에는 많은 혼선이 있었다. 그 당시 일간 신문사에서 한 설문지 조사 결과를 보면 중산층이 누구인지 더욱 알 수 없었다. 응답자의 80%에 육박하는 대다수가 자신들은 ‘중류층’이라고 답변하였다. 그런데 이들의 평균 월수입은 15만원에서 150만원에 이르는 큰 편차를 보였다.5) 이러한 설문지 조사 결과는 중산층의 실체가 누구인지 더욱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최근의 조사에서도 IMF위기 때문에 중산층의 비율이 1994년에 70.2%에서 2002년에 65%로 낮아졌다고 보고하였다.6) 위에서 시사하듯이 한국인들은 경제적 수입의 눈금에 따라서 혹은 ‘화이트 칼라’와 ‘블루칼라’로 중류층 혹은 하류층으로 구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봉 5천만원의 노동귀족이 있기 때문이며, 하위 20% 계층도 중산층7) 귀속의식을 지녔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처럼 혼란만 가중시키는 중산층의 개념을 사회과학자도, 경제학자도 아닌 한 여성 소설가가 분명하게 정의를 내린 것에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 적이 있었다. 소설가 이순은 그의 단편 「병어회」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중산층이란 이제 집에 텔레비전, 냉장고가 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없게 되었다. 중산층이란 적어도 딸을 대학에 보내는 가정을 지칭한다.8)

월평균 수입의 과다를 떠나서 딸을 대학에 보내는 가정, 즉 중산층 귀속의식을 지닌 계층을 중산층으로 개념 정의를 하면, 현재 대졸 여성들의 취업의 기회 균등과 선택의 자유는 한국 여성운동에서도 유효한 개념이라 하겠다.

가난한 여성의 문제를 간과했다는 자유주의 여성이론의 한계점을 보완하려면, 한국 여성운동에서 중산층 여성문제만을 제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가난한 여성의 문제는 차원을 달리하여 생존권의 문제로 대두된다. 가난한 여성들은 일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달라가 아니라 기회가 온다면 결혼 후에 가정에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예쁜 앞치마 두르고 맛있는 찌개 끓여 놓고서 귀가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전형적이 전업주부를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