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군

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군하면, 조선인민군이 한국군을 공격하여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은 빗나간 발상이다. 북(조선)의 견해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의 존재목적은 주적을 격퇴하는 전쟁을 수행하는 것, 다시 말해서 남(한국)을 강점하여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유지하게 해주는 미국군을 몰아내는 ‘해방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군하여 주적이 사라진 조건에서, 제국주의 지배에서 벗어난 남(한국)을 상대로 조선인민군이 전쟁을 일으킬 이유는 없다. 주한미국군이 철군하면 북(조선)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지배에서 벗어난 남(한국)과 손잡고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게 될 것이며, 남과 북은 미국의 방해와 교란이 없는 상태에서 정치회담을 통해서 평화적 방법으로 조국통일위업을 실현할 것이므로, 북(조선)이 주한미국군 철군 이후에 동족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

2) 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군하면,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을 공격하여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도 역시 빗나간 발상이다. 한국군에게는 전투능력은 있으나 전쟁능력은 없다. 예를 들면, 미국의 동맹국이 군대 10만명을 이라크 전선에 파병하였다고 가정하는 경우, 그 군대가 이라크에서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 못하다. 작전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에 동원된 외국군은 독자적인 작전능력이 없으므로 별수 없이 미국군사령관의 작전지휘 아래 들어가야 한다.

미국군의 발밑에 있는 친미예속군대가 모두 그렇듯이, 한국군도 전면전 작전능력이 없는 불구화된 군대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군을 틀어쥐고 있는 주한미국군사령부는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전면전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할 능력을 키워주지 않았다. 한국군 역시 주한미국군의 발밑에서 무사안일하게 지내오면서 미국군의 비싼 군사장비를 사들여 몸집만 비대하게 키울 줄 알았지 전면전 작전능력을 키울 줄 모르는 기형적 군대로 되었다. 주한미국군사령부의 작전지휘체계가 가동하지 않으면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전면전 작전을 수립하거나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한국군에게 작전지휘권이 없다는 것은 전면전 작전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한(조선)반도에서 전면전을 벌이는 작전능력은 조선인민군과 미국군에게 있는 것이지, 한국군에게는 없다. 세상에 알려진 ‘작전계획 5027’ 같은 전면전 작전계획은 미국군이 세워놓은 전쟁계획이다. 전면전 작전에 필수적인 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는 형식적으로는 한·미연합군사령부가 가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한국군도 그 체계의 가동에 참가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주한미국군사령부가 단독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전술지휘체계를 장악하지 못한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작전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한미국군사령부는 한국군의 공격전 작전능력은 키워주지 않고 방어전 작전능력만 보유하도록 조치하였다.

미국 국방부는 지금까지 주한미국군이 장악해왔던 전쟁수행에 요구되는 핵심적인 10대 작전임무를 앞으로 몇 해에 걸쳐 단계적으로 한국군에게 넘겨주겠다고 발표하였다. 넘겨주기로 한 작전임무는 방공포작전, 공중강습작전, 대포병작전, 특수군대응작전, 화생방작전, 지뢰작전, 수색 및 구조작전 등이다. 한국군이 전쟁수행에 필수적인 작전임무를 맡지 못했다는 것은 한국군이 전면전 작전능력을 갖지 못했다는 확실한 증거다.

한국군이 미국군으로부터 작전임무를 넘겨받으면 자동적으로 전면적 작전능력을 갖추게 되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전임무를 넘겨받는다고 해서 곧바로 전면전 작전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임무를 맡는 행위와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은 다른 것이다. 주한미국군이 철군한 조건에서 작전능력이 아직 미흡한 한국군이 단독적으로 전쟁을 일으켜 자멸을 자초할 가능성은 없다.

3) 장차 주한미국군이 철군한 뒤에는, 조선인민군과 한국군의 군사력을 상호감축하여 과잉군비부담을 적정선까지 줄이는 동시에 한(조선)반도 전체범위에서 민족의 자주성을 수호하는 연방군대를 창군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가장 중요한 군사문제로 제기될 것이다. 길게 말할 것 없이, 연방군대 창군은 연방통일국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되겠지만, 주한미국군이 철군한 뒤에는 연방통일국이 수립되기 전에라도 조선인민군과 한국군 사이에서 군사적 신뢰관계가 형성되면서 느슨한 형태의 연합군으로 개편되는 중간단계를 밟아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