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술의 미시경제적 의미

오늘날 신(新)슘페터 학파가 이러한 주장을 계승하여 각종 지식기술의 변화를 시장내재적인 현상으로 담아내려는 이른바 ‘진화경제학’(evolutionary economics)을 주창하고 있다. 주류경제학이 강조해온 바 수요와 공급의 단순상호작용에 의한 시장균형의 달성은 자원배분의 정태(statics)적 효율성을 보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보다는 그러한 균형상태를 파괴하는 시장내재적 혁신(지식기술)이 훨씬 더 중요한 경제현상으로 오늘날의 생산력 증대, 경제발전을 가능케 하는 기본 동력이며 이를 동태(dynamics)적인 경제분석의 중심에 둔다.

시장의 실제 모습은 균형 달성 → 기존 균형 파괴 → 신 균형 달성의 변증법젹 순환과정이 다수 상품시장에서 개별적으로 그리고 동시적으로 무한 지속되는 가운데 결정된다.

오늘의 주류경제학은 정태적인 ‘시장균형’ 회복을 중시하는 현상유지적 기득권 이론으로 지식기술의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의 시장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다. ‘혁신’에 의한 시장균형 파괴 및 회복의 부단한 과정, 균형이 아닌 상태에서 동태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시장의 상시적인 모습이다.

(1) 시장이 설혹 완전하게 기능하더라도 시장경제는 기초과학이나 원천기술 등 이른바 공공재 생산을 전혀 감당할 수 없다.

이른바 ‘외부경제’(external economy)에 기인하는 시장실패 문제이다. 시장경제를 취하는 이상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이윤극대화 추구 민간기업은 전혀 돈이 되지 않는 기초과학/원천기술 개발을 당연히 회피하게 된다.

러시아나 중국 등 구 공산권 국가들이 높은 수준의 우주항공 등 관련 기초과학/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역설적으로 이해 가능하다. 미국 역시 기초과학/원천기술 연구기능 강화를 위하여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국방과학기술 분야에 집중투입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80년대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초과학/원천기술 개발유인이 계속 약화되는 중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80년 광주학살 등 취약한 정당성을 커버하기 위하여 미사일 개발을 자진 포기하는 등 국방과학기술 개발 축을 자진하여 무너뜨린 행위에 크게 기인한다. 이러한 추세 및 상황을 감안할 경우 현재 정부출연연구소의 주된 기능으로 기초과학/원천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2) 그간 치중해온 정부출연연구소의 산업/응용기술 연구기능을 산자부나 삼성 등 대기업연구소의 주장처럼 향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의 문제이다.

지금 전성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의 CDMA 기술 등은 사실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출연연구소의 핵심적인 연구지원에 힘입은 바 크며, 최근의 10대 성장동력산업 지정 등 대기업 위주 산업정책도 이러한 문제인식의 범주에 속한다. 이는 WTO 체제하에서도 가능한 대기업에 대한 일종의 보조금(subsidy) 지원이다.

그러나 산업/응용기술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별로 존재하지 않으며 지금과 같은 대기업위주의 비효율적 정책지원은 이를 지양하여야 한다. 우리경제의 경쟁력 취약분야이며 고용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부품소재, 공작기계 업종 등 중소기업을 집중지원할 수 있도록 작금의 산업정책 방향을 조기 전환하여야 한다. 세제 및 금융상의 지원 등과 함께 기술, 회계, 판매, 유통 등의 영업지원을 포괄하는 종합지원시스템 구축 등 중소기업 위주 효과적인 신(新) 산업정책을 펼쳐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