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31일 주한미국군사령관 리언 라포트

2003년 5월 31일 주한미국군사령관 리언 라포트(Leon J. LaPorte)가 발표한 ‘향후 3년간 주한미국군 전력증강계획’에 따르면, 스트라이커 장갑차(Stryker Armored Personnel Carrier), 피에이씨(PAC)-3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프레더터 무인정찰기(Unmanned Aerial Vehicle Predator), 아팟치 롱보우(Apache Longbow) 헬기 에이에이취(AH)-64디(D), 정밀유도식 통합직격탄(Joint Direct Attack Munition), 1개 해병원정여단을 위한 전투장비의 사전배치 등에 1백10억달러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주한미국군 전력증강계획은 이미 2000년부터 추진되어오고 있는 것인데, 라포트는 그 계획이 마치 2003년에 처음 추진되는 것처럼 발표하였다.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방공여단(air defense brigade)이 2004년 안에 창설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던 때는 2004년 4월이었고, 무인정찰기가 주한미국군 제2사단 제102첩보대대로 배속되어 동두천에 있는 모바일기지(Camp Mobile)에 배치된 때는 2003년 9월이었으며, 공격헬기 1개 대대에 배속된 아팟치 롱보우 헬기 20여 대가 주한미국군 제6기병여단에 배치된 때는 2003년 6월이었고, 주한미국군 제7공군이 보유한 재래식 폭탄을 정밀유도식 통합직격탄으로 개량하기 시작한 때는 2002년이었고, 해상사전배치군함이 경상남도 진해항에 입항한 때는 2003년 10월 29일이었다.

주목하는 것은, 잔여병력의 전력증강이 중무장에서 경무장으로 전환됨을 뜻한다는 사실이다. 1백10억달러는 중무장을 경무장으로 전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인 것이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은 주한미국군 잔여병력의 전투장비가 첨단전투장비로 교체된다는 점을 말끝마다 강조하지만, 주목하는 것은 그 첨단전투장비가 정찰작전에 투입되는 경무장 전투장비라는 점이다.

『성조지』 2004년 10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재 주한미국군 제2사단이 보유한 엠(M)1에이(A)1 에이브럼스 전차가 험비(Humvee)나 브래들리 전투차량으로 대체되고, 전투헬기 오에이취(OH)-58 카이오와(Kiowa)가 무인정찰기로 대체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중무장한 공격작전능력이 경무장한 정찰작전능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1백10억달러를 들여 교체되는 첨단전투장비가 공격작전이 아니라 정찰작전에 요구되는 장비들이라는 점은 주한미국군의 작전임무가 북(조선)에 대한 공격작전이 아니라 정찰작전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주한미국군 전력구조개편에서는 정찰작전을 주한미국군에게 맡기고, 공격작전은 다른 전투부대가 맡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길게 설명할 것 없이, 공격작전을 맡을 다른 전투부대가 미·일 동맹군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감군되는 주한미국군 지상군은 미·일 동맹군에 배속된 정찰작전부대로 전환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을 미국군의 전력투사근거지로 삼고, 남(한국)을 정찰작전지대로 삼으려는 미국 국방부의 전략적 의도가 드러난다.

  1. ‘전쟁억지’보다 더 큰 전략적 중요성

미국 의회재정실이 해외주둔 미국 지상군을 재배치하기 위한 일곱 가지 대안을 분석한 보고서는, 한국군 전력이나 주한미국군 제7공군, 주일미국군 제5공군의 전력을 감안하면 주한미국군 지상군 전투여단의 철군은 한(조선)반도의 전쟁억지력을 결정적으로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며, 전투여단을 배치하는 것에는 ‘전쟁억지’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보고서가 지적한 ‘전쟁억지’보다 더 큰 전략적 중요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할까? 길게 말할 것 없이, 주한미국군을 ‘전쟁억지’에 결부하는 것은 제국주의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도발책동을 감추려는 은폐술책이 분명하지만, 주목하는 것은 주한미국군 잔여병력에게 1백10억달러를 투자하는 목적이 ‘전쟁억지’보다 더 큰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곳에 있다는 의회재정실의 견해다.

나의 판단으로는, 주한미국군 전력증강사업비 1백10억달러를 투자하는 목적은 복합적으로 보인다. 주한미국군 전력구조개편에는 ‘전쟁억지’보다 더 큰 전략적 중요성을 위한 목적,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주한미국군 정찰작전능력을 증강하려는 군사적 목적보다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 정치적 목적이란, 정부재정 1백10억달러를 부시 정부의 중요한 지지기반인 미국 군수산업자본을 위하여 지출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전력증강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주한미국국 감군조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남(한국)의 사회정치적 불안정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정치적 목적은 주한미국군 잔여병력을 주둔시킴으로써 남(한국)에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다. 주한미국군이 감군된 이후에 남게 되는 잔여병력은 제국주의 지배체제 유지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병력이 될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국군 잔여병력을 주둔시켜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군하면 조선인민군의 주적이 한(조선)반도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고 남(한국)은 제국주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군하는 경우, 조선인민군과 한국군이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전망은 조선인민군과 한국군에 대한 무지가 빚어낸 오류로 보인다.